
‘액상과당이 설탕보다 6배 더 나쁘다’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방송이나 인터넷 글에서 워낙 자주 등장하다 보니,
이제는 ‘액상 과당 =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는데요.
‘액상과당이 정확히 뭔가요?’라고 물으면
제대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이름에 ‘과당’이 들어가니 과일에서 온
좋은 성분이라 생각되기도 하고,
반대로 인공적으로 만든
독한 화학물질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은 액상과당이 무엇인지, 설탕과는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설탕보다 더 위험하다’는 말이 사실인지
차근차근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액상과당은 무엇일까?
액상 과당은 ‘High Fructose Corn Syrup’이라고 하고,
줄여서 HFCS라고 부릅니다.
우리말로 풀면 ‘고과당 옥수수 시럽’ 정도가 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원료는 옥수수입니다.
옥수수 전분(녹말)을 효소로 분해하면
포도당이 만들어지는데, 이 포도당의 일부를
다시 다른 효소로 처리해 과당으로 바꿔줍니다.
이렇게 포도당과 과당을 섞어 만든
끈적한 시럽이 바로 액상 과당입니다.
‘과당’이라는 이름 때문에 액상과당이
100% 과당으로 이루어졌다고 오해하는 분이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과당과 포도당의 비율에 따라 종류가 나뉘는데
뒤에 붙는 숫자는 전체 당 중
과당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합니다.
| 종류 | 과당 비율 | 주요 사용처 | 단맛 정도(설탕 대비) |
|---|---|---|---|
| HFCS-42 | 약 42% | 가공식품, 제과류 등 | 설탕보다 다소 낮음 |
| HFCS-55 | 약 55% | 탄산음료 등 음료류 | 설탕과 비슷한 수준 |
| HFCS-90 | 약 90% | 일부 특수 용도 | 설탕보다 다소 높음 |
우리가 음료에서 가장 흔히 만나는 것은 HFCS-55입니다.
과당이 포도당보다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과당 비율이 높을수록 더 달게 느껴집니다.
설탕과 액상과당은 어떻게 다를까?
많은 분이 설탕과 액상 과당을
완전히 다른 물질로 생각하시는데,
구성 성분만 보면 생각보다 비슷합니다.
설탕(자당)은 포도당과 과당이 1:1로 결합한 형태입니다.
액상 과당 역시 과당과 포도당의 혼합물이고요.
차이는 ‘결합 형태’와 ‘비율’에 있습니다.
| 구분 | 설탕(자당) | 액상 과당(HFCS-55) |
|---|---|---|
| 원료 | 사탕수수, 사탕무 | 옥수수 전분 |
| 형태 | 결정(고체) | 시럽(액체) |
| 과당:포도당 | 약 50 : 50 | 약 55 : 45 |
| 결합 상태 | 두 당이 결합된 형태 | 두 당이 분리된 혼합 형태 |
| 가격 | 상대적으로 비쌈 | 상대적으로 저렴함 |
전문가들에 따르면 액상과당은 과당이 약 55%,
포도당이 약 40~45% 정도로 구성된 감미료로,
과당 50%, 포도당 50%인 설탕과
구성 성분 자체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실제로 한 식품공학 전문가는 토론회에서 이 점을 지적하며,
‘액상과당’이라는 이름이 100% 과당이라는
오해를 부른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또한 ‘액상 과당이 설탕의 몇 배로 달다’는
인터넷 속설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합니다.
과당은 설탕보다 1.5배가량 달지만
포도당은 오히려 덜 달기 때문에, 둘을 섞은
액상 과당 전체의 단맛은 설탕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왜 식품회사들은 액상과당을 사용할까?
답은 단순합니다.
싸고 다루기 쉽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국이고,
옥수수에 막대한 농업 보조금이 투입됩니다.
그 덕분에 옥수수에서 뽑아낸 액상 과당을
아주 저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액상 과당은 액체 형태라
공장에서 다루기 편합니다.
설탕처럼 따로 녹일 필요 없이
바로 음료나 소스에 섞을 수 있고,
대량 생산되는 음료, 과자, 소스,
아이스크림 등에 넣기 좋습니다.

즉, 식품회사 입장에서는 비슷한 단맛을
더 싸고 편하게 낼 수 있으니
설탕 대신 액상 과당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액상 과당이 우리 주변 가공식품에
이렇게 널리 퍼진 이유입니다.
액상과당 논란은 언제 시작됐을까?
액상 과당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이후입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부터
미국의 비만율이 가파르게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액상 과당 사용 증가 시점과
비만 증가 시점이 겹친다’는 점에 주목했고,
여기서 ‘액상 과당이 비만의 주범’이라는
주장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같은 시기에 전반적인 가공식품 소비, 외식, 활동량 감소 등
체중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들도 함께 늘었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가 같은 시기에 늘었다고 해서
한쪽이 다른 쪽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부분이 액상 과당 논란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설탕보다 더 위험하다는 주장
액상 과당이 더 위험하다고 보는 쪽의 근거를 정리하면
첫째, 과당의 대사 경로 문제입니다.
포도당은 우리 몸 여러 곳에서 에너지로 쓰이지만,
과당은 대부분 간에서 처리됩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과당이 간으로 몰리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둘째, ‘액체’라는 형태입니다.
액상 과당은 주로 음료에 들어갑니다.
음료는 씹지 않고 빠르게 마시기 때문에
당이 한꺼번에 몸에 들어옵니다.
같은 양의 당이라도 음료로 마실 때
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셋째, 일부에서는 과당이 포도당보다 당화 반응
(단백질. 지질이 당과 결합해 손상되는 현상)을
더 많이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또한 일부 동물, 세포 연구에서는 과당의 과잉 섭취가
포만감을 조절하는 호르몬(렙틴)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설탕과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
‘액상 과당만 더 나쁘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는 입장은
첫째, 앞서 봤듯 구성 성분이 설탕과 거의 같습니다.
설탕도 분해되면 절반이 과당입니다.
그렇다면 과당이 문제라면 설탕도 똑같이 문제이지,
액상 과당만 특별히 나쁠 이유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둘째, 미국의학협회(AMA) 등 일부 전문기관은
‘액상 과당이 다른 감미료보다 비만에
더 크게 기여한다는 명확한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셋째, 핵심은 종류가 아니라 ‘양’이라는 관점입니다.
설탕이든 액상과당이든 과일주스든,
당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액상 과당이라는 이름에만 과민하게 반응하기보다
전체 당류 섭취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현재 전문가들의 결론은?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하면,
‘액상 과당이라서 특별히 더 위험하다기보다,
당류 전체를 과도하게 먹는 것이 문제다.’
액상과당과 설탕은 성분상 큰 차이가 없으므로,
설탕으로 바꾼다고 해서
갑자기 건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으로 단맛을 냈느냐’보다
‘얼마나 많이 먹느냐’입니다.
공공기관의 권고도 이 방향과 일치합니다.
| 핵심 쟁점 | 전문가들의 결론 |
|---|---|
| 액상 과당의 정체 | 옥수수에서 만든 과당+포도당 혼합 시럽 |
| 설탕과의 차이 | 성분 구성에서 큰 차이 없음 |
| ‘6배 더 나쁘다’는 속설 | 과학적 근거가 부족함 |
| 설탕으로 바꾸면? | 설탕도 절반이 과당, 크게 달라지지 않음 |
| 진짜 중요한 것 | 종류보다 ‘전체 당류 섭취량’이 중요 |
| WHO 권고 | 첨가당 하루 50g 이내(가능하면 25g 이내) |
| 당류 주요 섭취 경로 | 음료 → 음료 줄이기부터 시작 |
세계보건기구(WHO)는 첨가당으로 얻는 열량을
하루 총 섭취 열량의 10% 이내로,
가능하면 5% 이내로 줄일 것을 권고합니다.
2,000kcal를 기준으로 하면
10%는 약 50g, 5%는 약 25g 정도입니다.
끝으로
액상 과당은 이름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는 감미료입니다.
‘과당’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과 달리,
실제로는 설탕과 성분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설탕보다 몇 배 더 위험하다’는
자극적인 표현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지만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뜻도 결코 아닙니다.
핵심은 종류가 아니라 양입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당류를
가장 많이 섭취하는 경로는 음료였습니다.
음료에 액상 과당이 많이 들어 있는 만큼,
음료 섭취를 줄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